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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다시 살리다
사람, 다시 살다
문창환 작가

편집실 · 사진 안호성

과거의 공간은 본래 지은 목적을 다하면 자연스럽게 소멸의 절차를 거쳤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필요하다면 되살려 다시 쓴다.
‘ONSO 미디어 콘테스트 2023’이 제시한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주제 앞에서 문창환 작가는 공간의 지속가능성을 떠올렸다.
그리고 버려지는 공간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은 ‘미디어’라는 무한의 공간 안에 새로운 세계를 탄생시켰다.

문창환 작가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미래
LED 기술이 발달하고, 실생활에서 누구나 쉽게 영상을 접하고 있다. 영상 예술(media art)은 프레임 안에서 의도하는 바를 보여줘야 한다는 유한성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그 안에 어떤 주제든 담아낼 수 있다는 무한성도 있다. 따라서 미디어를 다루는 사람은 프레임의 한계를 극복하되, 무한의 가치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다만 일반 영상 제작자는 “관람객의 니즈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답을 내린다면, 미디어 아티스트는 “관람객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일반 영상과 미디어 아트의 가장 큰 차이가 이것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문창환 작가 역시 말하고 싶은 주제를 두고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할지,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미디어 공모전은 문창환 작가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에 좋은 기회였다. ONSO 미디어 콘테스트 2023은 그가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정식으로 참가한 첫 공모전이기도 했다.
“ONSO 미디어 콘테스트 2023에 참가하고 싶었던 이유는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주제로, 미래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방법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였죠. 다행히 심사위원들께도 제 의도가 잘 전달되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대상이라는 큰 상을 받고, 온드림 소사이어티에도 상영되고 있으니 말이에요. 정말 영광입니다.”

미래의 공간 재생 가능성을 제시하다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주제를 문창환 작가는 공간에 담아냈다. 그는 평소 공간을 탐닉하며 거기에 담긴 역사성과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을 즐긴다. 광주광역시 우일선 선교사 사택에서 첫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 작업을 했을 때, 공간에 담긴 장소성과 역사성 및 내러티브 등을 찾던 아카이빙 경험은 그를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이야기 수집가로 성장시켰다.
건축물 및 광활한 장소에 빛을 입히는 과정을 여러 차례 거치며 과거와 현재의 주거 공간을 면밀히 살피던 문창환 작가는 문득 “미래 주거 환경은 어떻게 변할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러다 “자원이 고갈돼 산업 시설로서 수명이 다한 공간을 주거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고, 그 결과물로 작품 ‘모델하우스’ 를 탄생시켰다. 폐산업 시설이던 쓰레기 소각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부천아트벙커B39’, 마포 석유비축기지를 재생한 ‘마포 문화비축기지’가 작품을 구상하는 데 좋은 예시가 되었다. “미래사회에는 주거·문화·산업 등 공간이 지니고 있는 경계성은 더 모호해지고, 쓰임이 다했을 때 버려지는 대신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할 가능성은 더욱더 커질 것입니다. 저는 ‘모델하우스’를 통해 공간의 재생 가능성을 조명해 인류가 가진 지속가능한 사회의 고민에 대해 나름의 답을 내리고자 했습니다.”

정해진 규칙이나 형식 없이 주제에 대한 마음을 그때그때 충실히 표현하는 문창환 작가

정해진 규칙이나 형식 없이 주제에 대한 마음을 그때그때 충실히 표현하는 문창환 작가

장르와 장르를 연결, 융합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ONSO 미디어 콘테스트 2023을 통해 작가로서 이름을 각인시켰지만, 그는 미디어 아트 외에도 다양한 장르에 관심이 많다. 본래 조각을 전공한 그는 졸업하자마자 미디어 아트 레지던시에 들어가면서 아티스트들과 활발히 교류했다. 평소 조각이나 설치 작업을 하면서 표현의 한계에 봉착하던 그는 ‘미디어 아트와 접목한다면 작품 세계를 더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보았다. 조형예술 작가로서 공간감을 기른 것이 미디어 작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미 경계 하나를 넘어온 그는 다른 장르와의 컬래버레이션 작업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2023년 7월 전주 교동미술관에서 ‘시대와 장르,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의 연결’이라는 주제로 기획된 전시 <연결된 세계>를 통해 문창환 작가는 지역 전통 공예 명장들과 협업해 무대를 선보였다. 최근 나주시립국악단 <나주삼색유산놀이>,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무대배경을 미디어 아트로 꾸미기도 했다. 현재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수정 박사와 협업하고 있다.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연소시키고 나면 석탄재가 남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석탄재라는 폐자원을 활용해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친환경 건축재 ‘지오폴리머 콘크리트(Geopolymer Concrete)’를 개발했다. 이러한 과학기술과 미디어 아트를 연결해 문창환 작가는 ‘2024년 아티언스 대전(Artience Daejeon)’에서 융합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공간의 재생 가능성을 조명한 ‘모델하우스
공간의 재생 가능성을 조명한 ‘모델하우스

공간의 재생 가능성을 조명한 ‘모델하우스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 문창환의 꿈
장르와 장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고 또 연결하는 그를 하나의 수식어로 정의하기엔 아직 이르다. 그 역시 정해진 규칙이나 형식 없이 살면서 맞닿는 주제에 대해 그때그때 충실히 표현하는 자신을 “버튼이 여러 개인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이런 작업을 하는 문창환이 있을 수 있고, 저런 작업을 하는 문창환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평생을 작가로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30대 초반의 젊은 작가인 그는 이제 막 달리기를 시작한 셈이다. 더불어 그는 한 명의 미디어 아티스트이기 이전에 인간 문창환으로 현실 세계에 굳건히 서길 바란다. “저는 작가 이전에 인간 문창환이 행복하면 좋겠어요. 작가 문창환에 의해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으면 좋겠고요. 요즘 ‘다음엔 어떤 작품을 보여줄까?’,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해 계속 고민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삶과 업을 유연하게 구분 지을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멋진 작품을 선보이고, 좋은 주제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한 사람으로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공간이란 그릇이다. 안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그 쓰임과 이름이 달라진다. 앞으로 문창환 작가는 미디어와 세상이라는 그릇에 무엇을 담아낼까? 단정지어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는 행복하게 그 일을 해낼 것이며, 분명 많은 사람을 설득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