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深)터뷰
기술과 사람, 대한민국과 세계를
탄소중립 사회로 연결합니다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이상협 소장
글 편집실 · 사진 전문식
이상협
서울대학교에서 환경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환경 분야 중에서도 수처리 연구 분야 권위자로 KIST에서 물자원순환연구단 단장을 역임했다.
거대한 생태계에서 나비는 아주 작은 곤충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이런 자그마한 곤충은 생명체 탄생과 소멸이 연속되는 생태계 순환이 자연스럽게 유지되는데 핵심적인 존재다.
국가녹색기술연구소도 기후 위기 대응, 탄소중립 실현 생태계에서 탄생, 발전, 확산이라는 기술 순환 과정이 효과적으로 유지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지난 5월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함께 탄소중립 사회로의 비상을 준비하기로 한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이상협 소장을 만났다.
녹색기술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국가녹색기술연구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 국가녹색기술연구소가 최근 여의도로 둥지를 옮겼다. 지난해 12월, 녹색기술센터(GTC)에서 국가녹색기술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Green Technology, NIGT)로 새롭게 이름을 바꾸고, 올해 5월 11일에는 창립 10주년 비전 선포식도 진행했다.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는 기나긴 레이스에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이 모든 일은 이상협 소장이 취임한 후 6개월 동안 일어났다. 이상협 소장은 “전임 센터장님들이 기반을 잘 닦아놓으신 덕분에 숙원 사업들을 일사천리로 해낼 수 있었다. 고려 시대, 조선 시대 모두 네 번째 지도자 대(代)에 앞선 지도자들이 닦아 놓은 기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성과가 났다고 하니 책임이 무겁다”라며 웃었다. 국가녹색기술연구소는 정책 수립을 통해 대한민국이 확보한 녹색기술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키우는 역할을 한다. 녹색기술은 기후변화, 에너지 문제 등에 대처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친환경 기술을 의미한다. 연구소는 국내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와도 협력한다. 특히 기후·탄소중립 저개발국에는 우리나라의 선진 기술을 활용해 해당 국가가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 주고, 선진국과는 기술 협약 및 융합을 통해 기술 효율 및 효과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한다.
이상협 소장은 수(水)처리 연구 분야 권위자로, 그간 KIST 물자원순환연구단 단장, 한국연구재단 에너지·환경기술단 단장 등을 역임했다. KIST에서 연구자로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깊이 고민하고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온 경험, 그리고 한국연구재단에서 다양한 신규 사업을 기획·추진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한 경험은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소장으로서의 활동에 귀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젊은 세대의 민첩함과 영리함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좋은 놀이터를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젊은 세대의 민첩함과 영리함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좋은 놀이터를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약속 ‘그린 소사이어티’
‘고려, 조선 시대 네 번째 지도자 = 국가적 성과 발현’이라는 역사의 반복처럼, 이상협 소장은 취임 후 대한민국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향해 함께 걸어갈 소중한 동반자도 만났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전 지구적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국가정책을 실현하는 데 동참하고자 출범한 ‘그린 소사이어티(Green Society)’ 프로젝트에 국가 기후 변화 대응 전담 기관인 국가녹색기술연구소가 함께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앞으로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국가녹색기술연구소, 그리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프로젝트를 통해 혁신 기후 기술을 발굴하고, 기업가형 연구자를 육성하며, 기후 기술 실용화 및 사업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간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이상협 소장은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매우 정확한 눈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가 어떤 곳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지를 정확히 찾아 지원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에 뿌리를 둔 현대차 정몽구 재단에서 실익보다 대의명분을 찾아간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우리 연구소와 국가 출연 연구소를 포함한 국내 연구기관들과의 협업도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 ESG 경영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또 ESG 그리고 기후 위기라는 거스를 수 없는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해답은 과학기술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정작 ESG와 기후 위기 대응 연구에 관한 구체성 논의조차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환경 기술과 기후 기술은 유사한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환경 기술은 오염된 매체 정화를 달성하는 모든 기술이고, 기후 기술은 지구온난화와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모든 기술이죠. 포함하는 기술 영역도 매우 넓습니다. 이런 속성을 이해하고, 현재까지 개발된 다양한 기술이 환경오염 정화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목적 달성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전략을 세워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환경 기술, 기후 기술 연구는 그간 과학적 진리에서 출발해 발전을 거듭하며 평균 70~80% 수준까지 도달한 다양한 기술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 전략을 모색하는 데 목적을 둔다. 따라서 스타트업에서도 기후 기술 관련 연구·개발에 있어 개별적 진화 또는 융합을 통해 진화한 기술과 혁신적 아이디어를 결합해 기후 위기 대응에 활용되도록 하는데 방향성을 두어야 한다.

대표 캐릭터인 곰곰이, 그린이와 함께 기후변화를 알리고 대응해나가는 국가녹색기술연구소
탄소중립 사회를 여는 열쇠는 ‘과유불급’ 정신
효과적인 기술이 탄생하기까지 조력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우선 ‘실패할 수 있다’라는 마음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유독 실패에 엄격하다. 자본이 연계되어 있다면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단번에 성공하는 연구와 기술은 없기에, 기후 기술 연구에도 관대하게 그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기술 연구가 제대로 방향성을 유지하며 이어질 수 있도록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때론 방패막이 되어줄 필요도 있다. 이상협 소장이 현대차 정몽구 재단, 그리고 정부에 바라는 점이기도 하다.
“기후변화 시대에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과유불급(過猶不及)’ 인식이 전반에 깔려 있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세상에는 두 가지의 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선(線)을 지키는 것, 즉 일정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선한 마음 (善)입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되새기며, 실패 속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실마리와 동력을 찾을 줄 알아야 합니다. 이상적인 사회, 더불어 제가 바라는 탄소중립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사람의 힘이 필요합니다.”
사람을 중요시하는 마음은 조직 경영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상협 소장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과 공감”이라 말하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부하 직원’이 아닌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최고 역량을 발휘하도록 조력자 역할을 자처한다. 이상협 소장은 그린 소사이어티 프로젝트에서 한 뼘 낮은 자세와 한 뼘 뒤에서 바라보는 관대함으로 재단, 연구 기관, 연구소가 최상의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기후 문제는 난제(難堤)입니다. 정답을 찾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죠. 그동안 전임 리더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기반을 닦았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아울러 젊은 세대의 관심과 재능을 모아야 합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젊은 세대의 민첩함과 영리함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좋은 터전을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만들어진 터전에서 젊은이들이 꿈과 희망을 품고,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함민복 시인은 시 ‘나를 위로하며’에서 “삐뚤삐뚤 날면서도 꽃송이 찾아 앉는 나비를 보아라 마음아”라고 노래했다.기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까지 많은 젊은 연구자가 크고 작은 실패를 거듭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과 지원 및 믿음이 계속된다면 그들은 결국 꽃을 찾아 앉을 거라고 믿는다. 그 아름다운 비행을 그린 소사이어티 프로젝트가, 이상협 소장이 응원할 것이다.

이상협 소장은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젊은 세대의 관심과 재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가녹색기술연구소 (National Institute of Green Technology, NIGT)
지난해 12월 23일 녹색기술센터(Green Technology Center, GTC)는 국가녹색기술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Green Technology, NIGT)로 기관명을 변경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 NIGT는 2013년 설립한 이후 기후 위기 대응 및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녹색기술 정책, 국제협력 연구를 수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