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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인재는 우리 인류에게
더 큰 풍요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김현미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

편집실 · 사진 안호성

김현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문화예술교육센터장이다. 코리아나 챔버뮤직 소사이어티(Koreana Chamber Music Society) 음악감독, 콰르텟21(Quartet21) 제1바이올린 연주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2020년에는 팬데믹으로 얼어붙은 공연계에 온기를 불어넣고자 현악 앙상블 ‘에드무지카(Ad Musica)’를 결성했다. 동시에 현대차 정몽구 재단 온드림 앙상블 현악 지도교수로 문화예술 인재와 함께하고 있다.

현과 활이 닿아 소리가 된다.
사람과 사람이 닿아 무대가 된다. 만남이 만들어내는 최상의 결과물들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김현미 교수로부터 나온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 문화예술 인재와 함께 ‘2024 온드림 콘서트’ 무대를 선보인 김현미 교수를 만나봤다.

드보르자크 서거 12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무대

누군가 꽃의 아름다움만을 감탄할 때 누군가는 추위를 견뎌낸 지난 과정을 들여다본다. 김현미 교수는 후자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음악가의 반열에 오르는 동안 많은 예술 인재를 발굴·육성하는 데에도 힘을 쏟은 그는 음표뿐 아니라 사람에게서도 스토리를 읽어낸다. 그리고 이것은 그의 음악 세계를 더욱더 풍성하게 한다.
연주자로서 김현미 교수는 국내 KBS홀 개관 기념 연주회, 충무아트홀 개관 기념 연주회, 1998년 평양에서 열린 윤이상음악제를 비롯해 미국·일본·홍콩·싱가포르 등 수많은 국내외 무대에 섰고, 2003년에는 한국문화교류재단(KCEF) 외교 문화 사절의 일원으로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 서남아시아 순회공연을 마쳤다. 또 콰르텟21 활동으로 2006년 올해의 예술상(실내악 부문), 2007년 제39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대통령상, 2008년 제3회 대원음악상 연주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많은 무대에 오른 베테랑이지만, 여전히 무대를 준비하는 김현미 교수의 표정에는 설렘과 긴장이 어려 있다. 영 뮤지션과 함께하는 무대라면 설렘은 더 짙어진다. 김 교수는 2016년부터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연을 맺고 있다. 올해는 드보르자크(Antonin Dvořák, 1841~1904) 서거 120주년을 맞아 ‘2024 온드림 콘서트’에서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현을 위한 세레나데’가 대표적이다.
“젊은 음악가와의 작업은 특별합니다. 마치 스펀지처럼 흡입력이 대단한 학생들과 함께 연습하고 얻은 결과물은 너무나도 특별하죠. 이번 2024 온드림 콘서트에서는 드보르자크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와 더불어 재미있는 앙코르곡을 준비했습니다. 드보르자크를 대표하는 훌륭한 곡이 매우 많지만,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차이콥스키(Pyotr Il’ich Chaikovsky)의 작품과 더불어 현악기를 위한 명곡 중 명곡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 곡이 우리 장학생들의 손에서 어떻게 연주될지 준비하면서부터 기대가 컸습니다.”
지도교수와 영 뮤지션. 서로 다른 위치 같지만, 바라보는 방향은 같다. 영원히 정복할 수 없는 예술의 경지를 두고 그들은 똑같이 깊어지는 과정을 겪고 있다. ‘여전히 나아가는 중’이라는 마음은 김현미 교수를 계속해서 깊고 유연해지게 한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 온드림 앙상블 현악 지도교수로 문화예술 인재와 함께하고 있는 김현미 교수

농사에도 시기가 있듯 능력을 키우는 시기를 놓친다면 그것을 다시 끌어내 영글게 하기까지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따라서 문화예술 인재의 범위를 넓게 두고 인재를 조기 발굴해 육성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 인재를 육성하는 데 꼭 필요한 것
인생도, 예술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연주자의 테크닉은 훈련할수록 점점 좋아지지만, 그와 동시에 시기마다 틔워줄 수 있는 능력이 따로 있다. 농사에도 시기가 있듯 능력을 키우는 시기를 놓친다면 그것을 다시 끌어내 영글게 하기까지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따라서 문화예술 인재의 범위를 넓게 두고 인재를 조기 발굴해 육성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물론 키워내는 능력이 바로 결과를 만들어내진 않는다. 문화예술을 육성·지원하는 사람에게 무엇보다 지구력이 필요한 이유다. 김현미 교수는 분명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인재를 일찍 발굴해 그 능력을 키운다면 이는 인류 전체에 풍요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는다.
“기술과 사회가 점점 발달하면서 물질이 풍요로워지고, 의식주와 같은 삶의필수 요건을 충족시키기도 점점 쉬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삶은 거기까지가 아닌, 거기서부터입니다. 물질적인 것을 갖추었다면 이제 그보다 더 고차원의 정신적인 것을 충족할 차례입니다. 문화예술을 통해서 말입니다.”
그렇다면 인재 육성 지원 프로그램 중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김현미 교수는 한참을 고민했지만 결국 답을 내리지 못했다. 연주자마다 처한 환경, 안고 있는 고민이 다르기에 어느 하나를 콕 집어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능력이 뛰어나도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고, 현 단계를 뛰어넘을 터닝 포인트가 필요한 학생에게는 멘토링 프로그램이나 대회가, 체계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오디션과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따라서 인재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사람(단체)이라면 예술가의 길을 걸어가는 학생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함께 고민할 줄도 알아야 한다.

평생 음악인으로서 나아갈 길
김현미 교수는 좋은 작품임에도 아직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곡을 발굴해 선보이는 일에도 열정적이다. 그것이 음악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사명이라고 믿는다. 개인 수련뿐만 아니라 음악계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젊은 연주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은 그가 은사로부터 받은 가르침 때문일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알렉산더 슈나이더(Alexander Schneider)가 지휘하는 크리스마스 세미나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했습니다. 당시 알렉산더 슈나이더는 크리스마스 공연을 앞두고 오케스트라와 합숙하며 우리를 가르쳤어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는 그를 보며 적잖이 놀라곤 했죠. ‘에너지의 원천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음악을 향한 열정과 몰입이라는 결론에 이르더군요. 무언가 몰입하는 데서 오는 에너지는 참 엄청난 것이었죠.
그 덕분에 저도 연주자이자 지도자로서 오래 한길을 걷는 동시에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법을 체득한 것 같습니다.”
“남을 속일 수 있더라도 자기 자신을 속여선 안 된다”는 은사의 가르침도 연주자로서 항상 마음에 품고 있다. 한 명의 ‘인재’로서 받았던 가르침은 살아가는 동안 계속 그의 성장판을 자극한다.
차세대 아티스트와 함께 호흡하고 그들을 키워내는 일에 몰두해온 김현미 교수. 평생을 젊은 음악가로 살아가는 그의 끊임없는 시도와 노력이 인류를 풍요롭게 만드는 가장 확실하고 아름다운 방법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