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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한 과학기술 발전과
인재양성

이영무(한양대학교 에너지공학과 석좌교수)

인류가 직면할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에너기 위기를 들 수 있다. 앞으로 닥칠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가운데,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미래인재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인류에 미칠 가장 중요한 문제, 에너지 위기
에너지 위기는 산업발전에 의한 에너지 사용량의 증가와 물 부족, 식량 부족, 환경오염에 미치는 에너지의 영향으로 인해 앞으로 적어도 50여 년 동안 인류에게 닥칠 중요한 문제로 거론된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가 발표한 보고서 ‘세계 에너지 전망 2021’에 따르면, 2020년에서 2050년까지 30 년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이 50%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의 대부분은 아시아 국가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연료 중에서도 화석연료 증가율이 70%에 이른다. 그 결과, 세계 에너지 관련 CO₂ 배출 증가는 1.7%로 33기가 톤 정도다. 석탄 사용량 하나만으로도 10기가 톤을 넘어서서 세계 CO₂ 배출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러한 CO₂ 배출 증가는 주로 신흥국의 신규 화력 발전소 건설로 인한 것이다. 특히 <그림 1>에서 보듯 제2차 세계 대전 이후로 에너지 사용량과 공급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에 너지 문제는 세계적 화두로 대두하고 있다. 에너지원 중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석탄, 기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다.

위기 해결을 위한 고민
이러한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에너지를 경제적으로 생산해야 하고, 또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렇기에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와 같은 다 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다방면에서 이루어 지고 있다. 화석연료가 매우 유용한 연료임에도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하는 이유는 화석연료가 탄화수소로 구성되어 있어 CO₂ 배출에 따른 세계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일러 효율 향상, 바이오매스와의 혼합 발전, 탄소포집·활용·저장 등에 어느 정도 기술 발전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거대한 양의 CO₂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속도가 더디다. 원자력발전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단으로 부각되었으나, 한 가지 단점은 불확실한 세 번의 사고(1979년 스리마일섬, 1986 년 체르노빌, 2011년 후쿠시마)를 겪고 나서 원자력발전을 무제한 확대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재생에너지 태양광·풍력·지열 등이 개발되어왔으나, 낮은 에너지 밀도와 간헐적 에너지 생산 등을 보 완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에너지 위기 해결의 핵심, 분리막 기술 
이러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기술 중 하나가 분리막 기술이다. 가정용 정수기에 수처리 필터가 들어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분리막 기술을 적용한 예다. 분리막 기술을 적용해 바닷물에서 소금을 제거하고 음용수나 공업용수를 만들고 있다. 국내는 물론이고, 중동 지방과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역삼투 분리막을 이용한 해수담수화를 통해 부족한 용수를 해결하고 있다. 또한 공기 중 산소와 질소를 분리한 후 질소만 사용하거나, 산소만 활용하기도 한다. 분리막으로 생산한 질소를 이용해 비행기 날개에 싣고 다니는 연료를 불활성화시켜 안전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포집과 관련해서도 연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 분리막의 과학적 진전은 19세기부터 이어져왔으나, 그중에서도 산업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쾌거는 1960년경 UCLA 대학의 로에브(Loeb)와 수리라잔(Sourirajan)이 발명한 1μm 이하 두께의 선택 층을 갖는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 비대칭막이다. 이전까지는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가 바닷물 중에서 물을 선택적으로 분리해 담수화 가능성을 밝혔지만, 생산량이 매우 적어 실제 산업화가 불가능했다. 그런데 선택 층의 막 두께를 얇게 박막화하면 물의 생산량을 늘릴 수 있어 분리막의 산업화가 가능한 것이다. 이 기술을 이용해 담수뿐 아니라 기체 분리에도 이러한 박막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기체 분리는 미국 몬산토사(현 에어프로덕츠사)의 헤니스(Henis)가 폴리술폰 다공성 막에 실리콘을 얇게 코팅해 수소 분리에 적용한 예가 처음이었으나, 이후 전술한 소재와 더불어 다양한 소재의 막을 앞서 예시한 질소 생산·수소 생산·천연가스 정제 등의 산업에 적용하고 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 이온 전지에도 분리막이 들어가 있는데, 다공성 폴리올레핀을 세퍼레이터로 사용하고 있다. 연료전지차에는 수소를 연료로 하여 음극에서 만들어진 양성자가 분리막을 통과하고, 양극에서는 양성자와 산소가 만나 물을 만들며, 이 과정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다. 현재는 수소를 물에서 경제적으로 생산하지 못해 석유화학 부산물인 수소를 고압으로 압축하고, 수소탱크를 차에 싣고 다녀야 한다. 수전해막 기술은 물을 촉매로 이용해 수소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기술로, 양이온 교환막 수전해와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 등이 있다. 아직 개발 중이기는 하지만, 막수전해를 이용하면 미래 자동차에 수전해 기술과 연료전지 기술이 복합된 꿈의 미래 자동차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면 가솔린 대신 물을 연료로 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원료로 연료전지를 가동시켜 자동차를 움직이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기후변화로 인해 온난화를 넘어 열대화가 시작된 뜨거운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하는 이때,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

미래인재,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다
10여 년 전, 세계에서 물이 부족하거나 오염된 물이 있는 지역을 찾아 분리막이 적용된 정수 필터를 이용해 정수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학생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 에너지공학과 학생과 대학원생, 졸업생들이 정수 필터 생산, 구매, 홍보 등을 직접 하며 필리핀·캄보디아 등 오염된 물을 마시는 지역을 찾아 필터를 보급하거나, 마을에 좀 더 큰 필터를 설치하는 작업을 한 것이다. 참여한 학생이나 졸업생 모두가 이 사회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회로 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기회였다고 했다. 세상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는 참가 후기를 밝힌 젊은이들을 보고 매우 기쁜 마음이었다. 한양대학교 총장이 된 후에는 국내 대학 최초로 설립된 사회봉사단을 사회혁신센터로 강화하여 우리 대학생들이 국내외 타 대학 구성원들과 사회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 결과 한양대학교가 국내 최초로 ‘아쇼카 U 체인지메이커 캠퍼스’에 선정되었다. 자신이 배운 지식을 개인의 성공만이 아니라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나눌 줄 아는 인재를 배출하고자 했다.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국내뿐 아니라 캐나다·하와이·스페인 등 해외에서도 산불이 많이 발생해 인명 피해가 극심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온난화를 넘어 열대화가 시작된 뜨거운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하는 이때,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필자는 과학기술 중 화학공학, 그것도 분리막이라는 좁은 영역을 평생 공부하고 연구해왔지만,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젊은이들이 현재의 에너지 위기, 기후변화 등의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미래사회를 준비하며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해야 한다. 특히 따뜻한 과학기술로 자신이 습득한 과학기술을 이웃과 나눌 수 있다면, 더 밝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영무

이영무
한양대학교 에너지공학과 석좌교수이자 응용과학자이며 제14대 한양대학교 총장을 지냈다. 분리막·이산화탄소 분리·연료전지·고분자 재료 등 고분자공학 분야의 전문가로 과학 전문 학술지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했으며, ‘CES 2019’ 혁신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