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피아니스트들의
롤 모델

피아니스트 백혜선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


편집실

사진에이치투아트앤컬쳐
동그라미

피아니스트 백혜선은 원조 콩쿠르 스타로 통한다.

 

국내 클래식 시장이 태동할 무렵 윌리엄 카펠,
헬렌 하트, 리즈,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등 굵직한
해외 콩쿠르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서울대 음대 최연소 교수를 거쳐
2018년부터 뉴잉글랜드 음악원(이하 NEC)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최근 세계가 주목하는 클래식 신예들을 길러내며
교육자로서 면모가 두드러지고 있으나,
여전히 무대에 활발하게 오르는 현역이다.

 

9월에는 벨기에와 한국, 10월엔 보스턴과 뉴욕,
이후의 연주 일정도 빼곡하다.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
백혜선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
를 만났다.

피아니스트 백혜선은

원조 콩쿠르 스타로 통한다.


국내 클래식 시장이 태동할 무렵

윌리엄 카펠, 헬렌 하트, 리즈,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등 굵직한
해외 콩쿠르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서울대 음대 최연소 교수를 거쳐
2018년부터 뉴잉글랜드 음악원(이하 NEC)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최근 세계가 주목하는 클래식

신예들을 길러내며
교육자로서 면모가 두드러지고 있으나,
여전히 무대에 활발하게 오르는 현역이다.

 

9월에는 벨기에와 한국,

10월엔 보스턴과 뉴욕,
이후의 연주 일정도 빼곡하다.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
백혜선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
를 만났다.

전인격적 음악가를 양성하는 클래식 아이돌의 스승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NEC는 1867년에 개교한,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음악대학이다. 오디션을 통한 입학이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백혜선 교수의 모교이기도 하다. 그는 2018년 NEC 교수로 부임해 현재는 피아노학과장을 맡고 있다. 2021년 부소니 콩쿠르 2위 김도현과 2023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김송현, 지난 3월 롱티보 콩쿠르 우승자 김세현까지 모두 백혜선 교수의 제자들이다. 제자 김송현은 스승인 백 교수를 좇아 뉴잉글랜드 음악원에 진학하면서 “다 내어주겠다는 마음이 귀감이 되는 분”이라며 “선생님이 가신 길을 따르겠다”고 공언했다. 인터뷰에서 드러나듯 백혜선 교수는 제자에게 인생을 먼저 가본 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스승이다.

“마치 제자가 자존심인 것처럼 ‘역시 백혜선 제자는 다르다’와 같은 평가를 원하던 부족한 시절도 있었어요. 지금은 피아노를 더 오래 연주하고, 무대와 인생을 더 많이 경험한 선배의 관점에서 가르치려고 합니다. 연주자는 우선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알아야 해요. 그다음에 하고 싶은 걸 제대로 발현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하는데, 음악은 이게 참 어려워요. 사람마다 이해의 편차가 심하거든요. 되도록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연주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같은 음식을 요리해도 사람마다 미세한 차이가 생기는 것처럼 답을 찾는 건 결국 본인의 몫이니까요.”

학교는 개인의 기량을 닦고 경험을 쌓는 곳이기도 하지만, 멘토와 재능 있는 인재가 만나 서로 인연을 맺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낸다. 백혜선 교수는 음악 앞에서는 솔직하고 진지하되 그녀 특유의 소탈함과 유쾌함을 더해 학생을 예술가로 길러내고 있다.

지식과 정보력, 감각까지 남다른 한국 학생

현재 백혜선 교수는 NEC의 피아노학과장을 맡고 있다. 2023년 손민수 교수가 부임했고, 두 사람의 스승인 변화경 교수까지 NEC에 한국인 피아노 교수는 3명이나 된다. 미국 내 주요 음악대학의 특정 분야에서 한국인 교수가 집중되어 있는 경우는 NEC가 거의 유일하다. 백혜선 교수는 덕분에 피아노를 공부하는 한국인 학생들은 모두 NEC로 오는 것 같다며 농담 섞인 말을 했다.

“검정고시를 치른 16세 학생들이 주를 이룹니다. 두세 살 많은 학생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한 실력을 갖췄어요. 한국 학생들은 그냥 던져주기만 해도 성장이 정말 빨라요. 지식과 정보량이 어마어마합니다. 어떻게 하면 멋지게 보이는지 기막히게 알아채는 감각은 정말 세계 최고예요! 요즘 세대는 음악을 하나의 언어처럼 이해해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 같아요. 임윤찬이나 김도현 같은 연주자를 보면 마치 외계인을 통해 그들만의 세계와 접촉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절제를 미덕으로 여기는 유럽에서도, 화려한 스타일을 표방하는 미국에서도 모두 극찬하잖아요. 어떤 피아니스트가 청중의 관심을 더 끌 수 있느냐도 세대에 따라 변한다는 걸 느낍니다.”

백혜선 교수는 재능이 뛰어나고 배우는 속도도 빠른 한국 학생을 만나는 건 언제나 기대된다고 말하며, 유학을 준비 중인 학생에게 “음악은 취향이지 등수를 매기는 기술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라”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다음 세대를 위한 고민, 새 인연

어떤 피아니스트는 건반 위 자신한테만 몰두하며 수행자가 되기도 하지만, 백혜선 교수의 눈에는 악보나 음표보다 더 많은 게 보인다. 후배들의 앞날을 헤아리고, 한 시대를 위해 본을 보이는 것이 요즘 그의 관심사이다.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지 고민할 때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온드림 앙상블 글로벌 프로젝트 디렉터를 제안받았다.

“피아노만 가르치라고 불렀는데, 오지랖이 넓은 선생이라 성악을 하는 남학생의 손을 잡고 춤을 가르치질 않나…. 지금 떠올려도 입가에 웃음이 번질 만큼 좋은 추억이 생겼어요. 학생들과 정도 많이 들었고,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경험이었죠. 성악부터 현악기, 피아노, 관악기까지 학생들의 실력이 출중해서 뿌듯했습니다. 원래 여름 뉴욕 공연은 인기가 없어요. 그런데 6월 29일 카우프만 뮤직센터가 꽉 차서 깜짝 놀랐답니다. 공연이 끝나고 지인들이 ‘음악이 끝나서 슬프다’, ‘공연이 한 번이라 아쉽다’, ‘나만 본다는 게 아깝다’라고 말하는데, 제 기분이 어떻겠어요? ‘아, 우리나라 어쩌지? 이번에 온 학생만 11명이지. 그런데 얘네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해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에서 이렇게 재능 있는 인재를 뽑는데, 우리나라는 인재가 너무 많아서 걱정이다’ 싶었어요. 순간, 혼자 행복한 고민에 휩싸였지요.”

보스턴과 뉴욕을 오가며 온드림 앙상블 글로벌 프로젝트를 함께 한 백혜선 교수는 이 인연으로 11월 13일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온드림 스테이지 공연도 함께 하기로 했다. 클래식 인재양성에 힘쓰는 현대차 정몽구 재단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의미도 있지만, 음악을 통해 우리 사회에 희망과 위로를 전하는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취지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그가 피아노를 연주한 지 50여 년, 세계 무대에 데뷔한 지 40년이 가까워진 요즘, 어떻게 하면 자신이 더 쓰일 수 있을지 생각한다. 덕분에 최근에는 뉴욕 독립기념관 이사장을 맡게 됐고, 국가보훈처의 요청으로 광복 80주년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가장 활발한 연주자 모드

지금도 연주자로 피아노 앞에 앉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고, 자연스럽다. 오는 9월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을 비롯해 6개 도시에서 베토벤의 협주곡 ‘황제’를 벨기에 국립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백혜선 교수는 1991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에서 벨기에 국립오케스트라와 합을 맞춘 경험이 있다. 이번 협연은 콩쿠르 이후 34년 만이다. 그는 연주를 통해 청중의 마음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지금의 백혜선 연주는 더욱 호소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륜과 경험, 곡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으로 가슴을 울리는 연주를 하고 싶다. 그는 연주회를 준비할 때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학생의 연주도 듣지 않으며, 사람들과의 만남을 자제하는 등 자신만의 루틴을 지킨다.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오르는 일은 숨 쉬는 것처럼 그에게 절대적이다. 음악은 한길이지만, 한길로 가서는 안 되는 여정이기도 하다. 그는 여전히 교육자와 연주자 사이를 오가며 치열한 여정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