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동남부에 위치한 마다가스카르는
백내장 같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을 받지 못해 시력을 잃는 환자가 많다.
이에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2022년부터 고려대학교의료원과 함께
‘마다가스카르 온드림 해외 실명예방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열악한 안(眼)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현지 안과 의사 초청 연수 및 수술 장비를 지원하는 가운데,
7월 7일부터 25일까지 19일간 진행된 연수에 참여한
라바카(Andriambelo Ravaka Hariniaina) 박사를 만났다.
아프리카 동남부에 위치한
마다가스카르는 백내장 같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을 받지 못해
시력을 잃는 환자가 많다.
이에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2022년부터 고려대학교의료원과
함께 ‘마다가스카르 온드림 해외
실명예방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열악한 안(眼)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현지 안과 의사
초청 연수 및 수술 장비를
지원하는 가운데,
7월 7일부터 25일까지
19일간 진행된 연수에 참여한
라바카(Andriambelo
Ravaka Hariniaina) 박사를 만났다.


안전부터 생활까지 ‘환자 맞춤형’ 진료를 만나다
그의 한국 방문은 2022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현재 연수 중인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 만난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체계적이고 첨단화된 한국 의료 시스템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한국에서의 연수가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고 말했다.
“백내장 수술의 섬세한 기법은 물론이고 수술 전후 환자 관리,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체계적 진료 절차 등 모든 면에서 배울 게 많았습니다. 마치 전공의 과정을 다시 업데이트하는 기분이었어요. 그중에서도 환자 맞춤형 수술법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한 시력 교정이 아니라 환자의 직업·취미·생활 방식 등을 고려해 인공수정체를 선택하고, 수술 계획을 세우는 방식이 놀라웠어요. 가령 독서를 좋아하는 환자에게는 근거리 시력을, 운전을 자주 하는 환자에게는 야간 시력과 대비 감도를 우선 고려하는 방식으로요. 저도 이제 한국에서 배운 대로 진료하는데, 덕분에 환자 만족도가 무척 높아요. 연수 후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그는 한국 의료진의 환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첨단 장비, 뛰어난 기술뿐만 아니라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가족처럼 대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며, “수술 전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충분히 설명하고, 수술 후 회복 과정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돌보는 모습은 진정한 치유가 무엇인지를 새삼 깨닫게 했다”고 한다.
“이번 연수에서는 보다 실질적 수술 기법을 습득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복잡한 백내장 케이스와 합병증 관리에 대한 실전 기술을 배우는 중이에요. 장비도 기술도 부족한 마다가스카르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런 연수 기회가 저에게는 정말 감사하고 소중하죠.”


실명예방 사업, 눈 건강에 대한 인식을 바꾼 계기
백내장은 눈의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으로, 보통 노화 증상의 하나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가장 많이 한 수술 1위’로 꼽힐 만큼 흔하고, 수술 시간도 20분 내외로 예후 또한 좋다. 하지만 마다가스카르는 사정이 다르다. 전국적으로 안과 의사가 80여 명에 불과하고, 수술할 수 있는 병원도 많지 않다.
그는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평생을 어둠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환자를 볼 때마다 의사로서 무력감을 느꼈다”며,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치료법을 배우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연수에 지원한 가장 큰 동기”라고 말했다.
“제가 근무하는 아누시알라 대학병원(Anosiala Hospital)은 수도에서 좀 떨어진 외곽 지역에 있습니다. 온드림 실명예방 사업 전까지만 해도 백내장 수술이 불가능했어요. 환자들은 도심의 병원이나 사설 클리닉으로 옮겨야만 했죠. 그마저도 경제적 이유 때문에 도시로 나갈 수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요. 결국 실명에 이른 그 환자들의 슬픈 눈빛을 결코 잊을 수가 없어요.”


첫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직후부터 그는 지역 병원에서도 수술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안질환 정기검진 캠페인을 시작했고, 그중 백내장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수술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의료 인력에 대한 체계적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 결과, 복잡한 수술도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현재 아누시알라 대학병원에서 진행하는 백내장 수술은 연간 200건이 넘는다. 최근에는 백내장뿐만 아니라 아동 대상 정기 안과 검진도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의 눈 건강에 대한 인식도 크게 향상됐다. 또한 안과학회와 함께 전국 규모의 워크숍을 개최해 자신이 배운 진료 방식과 수술 노하우를 동료 의사들과 공유하는 한편, 지역 보건의들과 긴밀하게 협력함으로써 마다가스카르 안과 의료 환경의 전반적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사업 시행 3년 차에 접어든 지금, 아누시알라 대학병원이 ‘백내장 수술 잘하는 병원’을 넘어 지역 실명예방과 눈 건강 교육의 거점으로 성장한 배경이다.


한국 수준의 첨단 진료 환경 구축 목표
11년 차 의사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의사를 꿈꾸었다. 의대 재학 중에는 외과 전공에 흥미를 가졌고, 고민 끝에 ‘환자에게 빛과 희망을 선물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려 안과를 선택했다. 열악한 환경 탓에 진료실에서 종종 느끼던 절망감은 ‘온드림 실명 예방 사업’ 참여를 기점으로 새로운 사명감으로 바뀌었다. 그는 “여전히 안과 진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이 많고, 치료 가능한 질환인데도 실명하는 환자가 많은 마다가스카르의 현실을 바꾸고 싶다”고 한다.
2025년 새롭게 세운 목표는 ‘한국처럼 첨단 진료가 가능한 수준’이다. 한국에서 배운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원격 안과 진료 시스템을 구축해 시골에 있는 환자도 기본 검진과 전문의 상담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정기적으로 각 지역을 순회하는 이동식 안과 병원도 구상하고 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고려대학교의료원, 그리고 한국의 비영리 의료봉사 단체 웰 인터내셔널(Well International) 덕분에 이런 큰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는 인사와 함께 의료 분야 국제협력 프로젝트가 마다가스카르에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를 강조하며 거듭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두 번의 한국 방문은 단순한 연수가 아니라 제 인생과 병원, 그리고 마다가스카르의 안과 진료 환경을 바꾼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재단의 따뜻한 배려와 한국 의료진의 진심 어린 교육에 감사드립니다. 여기서 제가 배운 것이 마다가스카르의 수많은 환자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고 있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 명의 의사를 교육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생명을 구하는 일인지를, 실명 위기에 놓인 환자를 구하며 매일 실감합니다. 이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운영돼 더 많은 개발도상국 의료진에게 희망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