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변화를 믿는 사람

소풍벤처스 한상엽 대표


편집실

사진추연만, 소풍벤처스
동그라미

세상은 언제나 새로운 문제를 꺼내놓는다.
기후 위기, 도시 붕괴, 불평등의 심화 같은 거대한 질문들 말이다.

 

하지만 그 질문 앞에서 가장 먼저 몸을 굽히고,
두 손으로 흙을 만지며 해답을 찾으려는 이는 늘 비슷하다.

창업가들,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묵묵히 방향을 잡아주는 사람들.

 

소풍벤처스 한상엽 대표는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말보다 행동이 더 많은 사람이다.

그와의 대화는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마음의 무게를 새삼 느끼게 한다.

세상은 언제나

새로운 문제를 꺼내놓는다.
기후 위기, 도시 붕괴, 불평등의

심화 같은 거대한 질문들 말이다.

 

하지만 그 질문 앞에서 가장 먼저

몸을 굽히고, 두 손으로 흙을 만지며

해답을 찾으려는 이는 늘 비슷하다.

창업가들,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묵묵히 방향을 잡아주는 사람들.

 

소풍벤처스 한상엽 대표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말보다 행동이 더 많은 사람이다.

 

그와의 대화는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마음의 무게를 새삼 느끼게 한다.

투자의 주류로 성장한 임팩트 투자

소풍벤처스는 2008년 설립된 국내 1세대 임팩트 투자사다.

“여전히 임팩트 투자를 ‘착한 일’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데, 이젠 투자의 주류로 자리잡았습니다. 임팩트 투자가 가치는 물론, 수익성과 발전 가능성까지 이뤄낼 수 있는 분야라는 사실이 수차례 증명됐기 때문입니다. 공익적 가치를 위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난제를 해결하여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기도 합니다. 소풍벤처스는 임팩트와 경제적 발전의 상생을 보여주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최근 소풍벤처스가 가장 집중하는 분야는 ‘기후 테크’. 한상엽 대표는 임팩트의 스펙트럼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기후 문제라는 거대한 벽 앞에 서게 된다고 말한다.

“기후, 식량, 도시, 건강…. 우리가 겪는 일들은 모두 연결돼 있어요. 그래서 기술보다 먼저 ‘문제가 정확히 뭐냐’를 봐야 합니다. 정의가 틀리면 해법도 맞을 수 없어요. 기후는 특정 산업이 아니에요. 테마입니다. 에너지, 식품, 자원 순환, 농업, 전력망, 모빌리티까지 연결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임팩트 투자가 변화를 가장 빠르게 이해하고 실행하는 방식입니다.”

소풍벤처스가 현재까지 투자한 스타트업은 170여 곳으로 그중 69곳이 기후 테크 관련 기업이다. 소풍벤처스는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시절부터 기후 및 환경 분야에 투자해왔는데, 최근 글로벌 전력 수요 급증과 각국의 규제 환경 변화로 다시금 모멘텀이 형성되고 있다. 올해 환경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명칭을 바꾸고, 현 정부가 AI와 에너지를 핵심 국정 과제로 제시하면서 기후 테크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국가 어젠다로 올라섰다.

한상엽 대표는 기후 문제는 환경이 아닌 산업 경쟁력, 국방력, 외교력의 문제이면서 한국이 처한 구조적 딜레마까지 얽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집중, 고령화, 저출생, 제조업 중심 경제 모두 에너지 편차가 큰 구조입니다. 이 모든 것이 기후와 얽혀 장기적 해법 없이는 버티기 어려운 미래의 압력으로 바뀌고 있어요. 기후 테크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에요. 정책, 시장, 소비자 인식까지 함께 움직여야 진짜 변화가 나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만 보지 않아요. 그 기술이 사회 안에서 어떻게 자리 잡는지까지 함께 가늠합니다.”

그의 말은 단호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온 사람처럼.

“스타트업은 사회문제를 가장 먼저 실험하는 집단이에요. 실패가 많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그 실패가 다음 단계의 길을 열어줍니다.”

그는 스타트업의 가장 큰 무기로 속도와 경량성을 꼽았다. 국가가 움직이기엔 느리고, 대기업이 뛰어들기엔 리스크가 큰 영역을 스타트업만이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가가 가는 길을 넓혀주는 투자자

한상엽 대표는 창업과 투자를 모두 경험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창업가와 투자자를 설명할 때 ‘포지션의 차이’가 아니라 ‘세계관의 차이’로 구분 지었다.

“창업은 특정 고객을 향해 집중하는 작업입니다. 반면 투자는 세상을 넓게 봐야 해요. 기술이 어디서 어떤 파동을 만들고 있는지, 정책은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 글로벌 경쟁력의 상대적 위치는 어디인지까지 한꺼번에 봐야 합니다.”

그는 투자자의 역할을 두 갈래로 정의한다. 자본 중개인(distributor)과 가치 창조자(value creator). 소풍벤처스가 지향하는 투자자의 역할은 당연히 가치 창조자다.

“우리가 돈만 연결하는 사람이라면 존재 이유가 없어요. 기술의 속도를 가속화하고, 기업가가 가는 길을 더 넓혀주는 것이 투자자의 진짜 역할입니다. 투자업의 본질은 깊이 있는 관찰과 긴 시간에 걸친 높은 이해도에 있습니다. 기후 테크 분야의 경우 기술 개발에 3~5년, 검증 단계에 3~5년, 양산 체계 구축에 1~2년, 시장 확장에 3~5년이 걸리기에 최소 10년에서 20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됩니다. 한국 펀드는 8년짜리가 대부분이라 기후 테크와 맞지 않아요. 이 간극을 메워줄 장기자본이 필요한데, 이게 바로 국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변화를 믿는 사람들과 발걸음을 함께하다

핵심 국정 과제로 제시된 AI 또한 기후와 떼어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 한상엽 대표는 올해 들어 가장 극적으로 바뀐 흐름은 AI와 기후의 관계라고 말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AI가 기후 문제를 어떻게 돕느냐였는데, 지금은 반대예요. 최근 AI와 에너지가 불가분의 관계로 이어지면서 기후 테크 분야 안에서도 새로운 성장 축이 형성되고 있어요. AI와 전동화, 데이터 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구조적 증가 국면에 들어섰기에 기후 테크에는 기회라 할 수 있어요. 많은 시간과 자본이 필요한 기후 테크의 특수성을 보완하고 지지하는 공공의 역할이 필요한 건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미래를 향한 투자가 필요한 기후 테크. 기후를 해결하는 기술은 결국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키운다. 한상엽 대표의 이야기는 기술, 정책, 철학, 세계적 흐름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긴 강연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까지 강조한 건 의외로 ‘사람’이었다.

기후 문제는 결국 기술의 문제이기 전에 사람의 용기와 기업가정신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세계 곳곳의 기후 테크 기업을 만나며 ‘다음 세대를 위한 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AI와 에너지, 국가 정책, 글로벌 패권 경쟁까지 얽힌 복잡한 지형 속에서 그가 찾는 길을 만들어내려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그 사람들을 믿어요. 그들이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드는 게 제 역할입니다.”

그의 마음속에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있었다. 숫자보다 사람, 기술보다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도 ‘변화의 방향’을 지키겠다는 태도.

“한국 경제는 대기업이 지탱하지만, 혁신은 작은 팀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그 작은 시작을 놓치지 않는 조직이 되고 싶습니다.”

한상엽 대표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외롭지 않도록 옆에서 불을 밝혀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소풍벤처스는 그 불빛이 꺼지지 않도록 바람을 막아주는 곳이다.

변화를 믿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시작을 지키는 조직, 그리고 그들이 열어갈 다음 시대.

한상엽 대표가 걸어가는 길은 묵직하지만 따뜻했고,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세상이 가야 할 방향을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