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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고, 감각하고, 기록하여
마침내 살아가는 방법

박진선 작가

편집실・사진 안호성

바라보고, 감각하고,
기록하여
마침내 살아가는 방법

박진선 작가

편집실・사진 안호성

작품인 동시에 작가의 일기(日記)다.
작가는 일상의 조각을 떼어내어 상상하고 어루만지고 다듬어 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
그 과정에서 도시는 새 생명과 온기를 얻는다.
박진선 작가가 제안하는 일상의 기록법(記錄法)이자 도시와의 놀이법이다.

작품인 동시에 작가의 일기(日記)다.
작가는 일상의 조각을 떼어내어
상상하고 어루만지고 다듬어
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

그 과정에서 도시는
새 생명과 온기를 얻는다.

박진선 작가가 제안하는
일상의 기록법(記錄法)이자
도시와의 놀이법이다.

일상은 기록이 되고, 작품이 된다

소화전, 대피소, 깃발, 빗물받이, 자전거 보관소.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발견하고, 또 쉽게 스쳐가는 것들이다. 박진선 작가는 이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사물과 장면을 포착해 작품화한다. 다만 우리 기억 속 모습 그대로를 상상해선 안 된다. 그의 작품은 작가의 언어로 표현한 은유로, 일상의 모방이 아닌 창조다. 박진선 작가의 기록법에 따라 일상은 새로운 모양과 색을 입는다. 바라보고, 감각하고, 기록하는 작가의 기록법 말이다.

기록법을 생각하기까지 작가는 먼저 걷는다. 감정에 따라 어떤 날은 하늘을 바라보고, 어떤 날은 땅을 바라본다. 자석이 금속을 끌어당기듯 자신의 시선을 사로잡는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도시의 이미지를 한껏 수집한 후에는 이들을 나열해 바라보며 형태를 찾아낸다. 깃발에서 날개를, 빗물받이에서는 파도를, 숨은그림찾기 하듯 찾아내 그린다. 이때 단순히 형태만을 찾는 것이 아니다. 사물과 풍경이 지닌 오라(aura), 즉 영적 분위기와 찰나의 감정들을 함께 찾아낸다. 그리고 빚는다. 3차원의 도시는 1차원의 화면에 잠시 담겼다가, 다시 3차원의 도예적 양감으로 재탄생한다. 작가의 손자국도 고스란히 작품에 남는다. 이때 작품 크기는 형태와 양감에, 색상은 작가의 감정에 의해 결정된다. 계절 색이 담기기도 한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도시는 작품으로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다.

“저는 제주에서 나고 자랐어요. 둘러보면 푸르고 파랗고 야트막했죠. 도시에 오니 일상에서 만나는 풍경이 확 달라졌습니다. 건물과 사물 및 사람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색은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죠. 매 순간 볼거리가 가득해 걷는 것만으로도 마냥 재미있었어요. ‘도시’라고 하면 차갑고 직선적 느낌을 먼저 떠올리지만, 제 눈에는 어떤 것이든 인간을 위해 디자인된 것 같아 따뜻했고, 서로가 얽히고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생태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일상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그 속에 담긴 감각을 끄집어내기 시작하면서 오늘날의 작품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지금, 온드림 소사이어티에 들러야 하는 이유

현재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진행하는 박진선 작가의 전시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박진선 작가의 회화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선과 면, 색이 도예가의 손끝에서 어떻게 회화로 구현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도시가 작품이 되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이미지에서 형태를 찾아내 스케치하는 과정을 작품과 함께 전시한 덕분이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 전시에서만큼은 그의 기록법을 따라보라. 작가가 감각하는 과정을 따라가본다면 작품이 분명 더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제 작품은 그동안 도예에만 머물러 있었어요. 그러다 2024 온드림 소사이어티 청년 작가 공모에 선정되고 전문가의 멘토링을 받으며 아이디어를 얻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죠. 그 첫 번째는 저의 감각을 캔버스에 옮기는 것이었습니다. 회화로 말이죠. 물론 캔버스 앞에 서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채워갈지 막막할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지원 덕분에 충분히 고민하고 도전해 볼 여유를 갖게 되었고, 덕분에 작가로서 한층 역량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도전은 제 기록 과정을 관람객에게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그간 작품 전시에는 ‘작품을 너무 직접적으로 설명해선 안 된다’라는 암묵적 약속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품이 구현되는 과정을 설명해주면 좋겠다’라고 조언해 주셔서 스케치 노트를 전시하게 되었죠. 그랬더니 “내가 상상한 게 맞았네”,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며 작품을 더 흥미롭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이번 전시 경험을 바탕으로 제 감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방법과 매개체를 계속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그의 말처럼 박진선 작가의 이번 전시는 작가 개인의 지속가능성을 키우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더불어 2024 온드림 소사이어티 청년 작가 공모에 선정된 것은 그에게 보상이 아닌 응원처럼 여겨진다. “이번 심사에서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과정, 에스키스 (esquisse)를 흥미롭게 봐주셨어요. 그래서 제게 이번 공모 당선은 그간의 기록과 노력에 대한 보상이 아닌, 앞으로 제가 기록해나갈 미래에 대한 응원처럼 여겨졌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금, 온드림 소사이어티에
들러야 하는 이유

현재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진행하는 박진선 작가의 전시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박진선 작가의 회화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선과 면, 색이 도예가의 손끝에서 어떻게 회화로 구현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도시가 작품이 되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이미지에서 형태를 찾아내 스케치하는 과정을 작품과 함께 전시한 덕분이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 전시에서만큼은 그의 기록법을 따라보라. 작가가 감각하는 과정을 따라가본다면 작품이 분명 더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제 작품은 그동안 도예에만 머물러 있었어요. 그러다 2024 온드림 소사이어티 청년 작가 공모에 선정되고 전문가의 멘토링을 받으며 아이디어를 얻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죠. 그 첫 번째는 저의 감각을 캔버스에 옮기는 것이었습니다. 회화로 말이죠. 물론 캔버스 앞에 서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채워갈지 막막할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지원 덕분에 충분히 고민하고 도전해 볼 여유를 갖게 되었고, 덕분에 작가로서 한층 역량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도전은 제 기록 과정을 관람객에게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그간 작품 전시에는 ‘작품을 너무 직접적으로 설명해선 안 된다’라는 암묵적 약속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품이 구현되는 과정을 설명해주면 좋겠다’라고 조언해 주셔서 스케치 노트를 전시하게 되었죠. 그랬더니 “내가 상상한 게 맞았네”,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며 작품을 더 흥미롭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이번 전시 경험을 바탕으로 제 감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방법과 매개체를 계속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그의 말처럼 박진선 작가의 이번 전시는 작가 개인의 지속가능성을 키우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더불어 2024 온드림 소사이어티 청년 작가 공모에 선정된 것은 그에게 보상이 아닌 응원처럼 여겨진다. “이번 심사에서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과정, 에스키스 (esquisse)를 흥미롭게 봐주셨어요. 그래서 제게 이번 공모 당선은 그간의 기록과 노력에 대한 보상이 아닌, 앞으로 제가 기록해나갈 미래에 대한 응원처럼 여겨졌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개인의 지속가능성에서 인류의 지속가능성으로

작품은 작가 개인의 일상이자 도시 생활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그의 기록 과정을 따라가본 관람객은 작품 감상의 결과물로서 도시를 다시 바라보게 되고, 자신의 일상에 기록법을 대입해보게 된다. 일상이 특별해지고, 도시가 새로워지는 마법이 시작된다. 동시에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가 된다.

“인류의 지속가능성은 개인의 지속가 능성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살아가는 공간 및 도시를 특별하게 여기는 것,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이것이 개인의 지속가능성을 얻는 방법이고요. 그러한 점에서 제 전시가 사람들에게 평범한 일상,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을 특별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개인이 각자의 관점으로 일상을 재생산하는 방법을 찾길 바라고요.”

개인의 지속가능성에서
인류의 지속가능성으로

작품은 작가 개인의 일상이자 도시 생활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그의 기록 과정을 따라가본 관람객은 작품 감상의 결과물로서 도시를 다시 바라보게 되고, 자신의 일상에 기록법을 대입해보게 된다. 일상이 특별해지고, 도시가 새로워지는 마법이 시작된다. 동시에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가 된다.

“인류의 지속가능성은 개인의 지속가 능성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살아가는 공간 및 도시를 특별하게 여기는 것,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이것이 개인의 지속가능성을 얻는 방법이고요. 그러한 점에서 제 전시가 사람들에게 평범한 일상,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을 특별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개인이 각자의 관점으로 일상을 재생산하는 방법을 찾길 바라고요.”

경험하고, 담고, 상상하고, 창조하는 일. 그중 첫 번째 과정을 우리는 매일 해내고 있다. 여기서 나아가 담고, 상상하고, 창조해보라. 물론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 가벼운 놀이가 되어도 좋다. 우리 가 존재하는 한 일상은 계속될 것이고, 도시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영감을 줄 것이며, 박진선 작가의 작품 또한 계속될 것이다.

“아직 제 작품 세계를 어떤 단어나 문장으로 정의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계속 도전하고 변화할 테니까요. 다만 앞으로도 작가로서의 지속가능성과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고민하는 작가가 되겠다는 약속은 분명히 하겠습니다. 계속 지켜봐주세요.”

박진선 작가의 작품은 개인의 기록법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호흡법이다. 팍팍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숨통을 틔워주는 일이 될 수도, 무료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활력을 찾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박진선 작가의 바람처럼 우리 개개인이 찾은 지속가능성이 나아가 인류의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