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기억에서 관람객의 삶으로

<서도호>전을 통해 바라본
전시와 미술관의 역할


글국립현대미술관 설원지 학예연구사

사진국립현대미술관

글국립현대미술관 설원지 학예연구사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서도호, ‘둥지/들’, 폴리에스테르 천, 스테인레스 스틸, 410.1×2,148.7×375.4cm, 2024 ©DohoSuh
동그라미

<서도호>전은 동시대 미술의 주요 작가인 서도호가

지난 30여 년간 펼쳐온 작업 세계를 총망라하는 대규모 개인전이다.

 

서도호는 오랜 시간 공간과 사람, 시간과 기억의 관계를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그의 작업은 집과 건축 및 이주와 이동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적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점차 개인의 기억을 넘어 관계와 사회 및 시간과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한편으로는 옷 한 벌이나 주머니처럼 작고 사적인 대상에서 출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건축물의 규모와 이동 범위를 아우른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미시적 세계와 거시적인 세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작가의 시선을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서도호>전은 동시대 미술의 주요 작가인 서도호가 지난 30여 년간 펼쳐온 작업

세계를 총망라하는 대규모 개인전이다.


서도호는 오랜 시간 공간과 사람, 시간과 기억의 관계를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그의 작업은 집과 건축 및 이주와 이동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적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점차 개인의 기억을 넘어 관계와 사회 및 시간과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한편으로는 옷 한 벌이나 주머니처럼 작고 사적인 대상에서 출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건축물의 규모와 이동 범위를 아우른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미시적 세계와 거시적인 세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작가의 시선을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공간의 ‘사이’에서 만나는 예술

이를 위해 전시를 하나의 연대기적 서사로 구성하기보다 작품 세계의 폭과 깊이가 공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연출했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은 전시장뿐 아니라 복도와 계단, 연결 공간 등 서로 다른 성격의 장소들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는 오랫동안 중심이 되는 건축적 공간보다 그 사이의 틈, 이동하는 공간, 잘 드러나지 않거나 주목받지 못한 장소에 관심을 가져온 서도호의 작품 세계와도 맞닿아 있다. 그런 점에서 서울관의 공간적 구조는 이번 전시를 구성하는 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서도호의 작업에는 ‘전이 공간’에 대한 관심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우리는 방과 방 사이 집과 집 사이를 오가거나,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며 목적지가 아닌 공간을 흔히 지나쳐 간다. 그러나 작가는 오히려 그곳에 시선을 둔다. 익숙한 공간의 중심 에서 벗어나 그 사이에 존재하는 틈과 경계, 이동의 순간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복도와 연결 공간을 적극 활용한 것 역시 이러한 작가의 시선을 미술관 구조와 연결하기 위해서였다. 관람객이 작품을 보기 위해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이동하는 행위 자체가 작품을 경험하는 과정이 되기를 바랐다.

집에서 출발해 서로의 기억으로

이러한 공간적 접근은 서도호의 작품 세계를 단순히 ‘집에 관한 이야기’로 한정하지 않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서도호는 특정한 매체나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회화와 드로잉부터 조각과 설치, 섬유, 영상, 건축적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을 탐구해왔다. 동양화·서양화·조각 경험을 쌓으며 평면과 입체의 가능성을 실험했고, 이후 자신의 신체와 기억 및 건축적 공간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연결해왔다. 그의 작업에서 매체는 목적이라기보다 공간과 기억을 새롭게 바라보기 위한 하나의 방법 으로 기능한다. 서도호에게 집과 이동이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관람객 에게 그것은 각자의 집과 장소, 이주와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가 된다. 그의 기억 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관람객 각자의 기억과 만나며 또 다른 이야기로 확장된다. 결국 작품의 의미는 작가의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관람객의 삶속에서 새롭게 생성된다.

미술관을 넘어 일상으로 이어지는 경험

이러한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전시와 미술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미술관은 작품의 의미를 하나의 정답으로 전달하는 곳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시간과 경험이 만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곳이어야 한다. 작품과 공간 사이에 해석의 여백을 만들고, 관람객이 자신의 기억과 감각을 가지고 작품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전시장에서 시작된 경험이 관람객의 일상으로 이어질 때 전시는 비로소 미술관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선다. 작가의 기억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관람객의 기억 으로 옮겨가고, 다시 각자의 삶 속에서 새로운 의미로 순환하는 것이다.

어쩌면 전시란 작가가 만든 세계를 관람객에게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작가의 세계와 관람객의 세계가 잠시 만나 서로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서도호의 작업이 오랫동안 집과 공간, 이동과 기억의 ‘사이’를 탐구해왔듯, 이번 전시 역시 그런 사이에서 시작해 관람객의 삶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설원지 학예연구사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김창열>, <서도호>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작가의 작업 세계를 깊이 있게 조명하고, 전시를 통해 예술가의 경험과 관람객의 삶이 만나는 방식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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