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와 돌봄의 사각지대

연결의 시스템으로
줄여야 한다

최병호 교수

최병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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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회복의 가능성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에게 병은 한때의 고통으로 지나가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는 일자리 상실, 돌봄 공백, 가족 해체, 사회적 고립 등으로 이어진다.

 

오늘날 의료 사각지대의 문제는 단순히 병원비가 부족한 사람을 돕는 차원을 넘어선다.

진료실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람,

치료를 받았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

제도와 제도 사이에서 자신의 고통을 설명하지 못한 채

남겨지는 사람까지 포함하는 훨씬 넓은 문제다.

질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회복의 가능성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에게 병은 한때의 고통으로

지나가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는

일자리 상실, 돌봄 공백,

가족 해체, 사회적 고립 등으로 이어진다.

 

오늘날 의료 사각지대의 문제는

단순히 병원비가 부족한 사람을 돕는
차원을 넘어선다.

 

진료실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람,

치료를 받았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

제도와 제도 사이에서
자신의 고통을 설명하지 못한 채

남겨지는 사람까지 포함하는
훨씬 넓은 문제다.

법률은 시행됐지만, 연결은 현장에서 완성된다

최근 한국 사회는 이러한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제도적 전환점을 맞았다. 2026년 3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것이다. 이 법은 노쇠, 장애,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니라 자신이 살던 곳에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받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지자체가 신청, 조사, 개인별 지원 계획 수립, 서비스 제공, 모니터링의 전 과정을 중심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이는 한국 사회가 의료와 돌봄을 분리된 제도가 아니라, 하나의 생활 지원 체계로 보려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러나 법이 시행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현장의 연계 체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통합돌봄은 보건의료, 장기요양, 복지, 주거, 일상생활 지원이 한 사람의 삶 안에서 맞물려야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현실에서 관련 전문직과 기관이 각자의 제도, 재원, 평가 기준, 직역 이해관계 안에서 움직여왔다는 점이다. 최근에도 통합돌봄 시행을 앞두고 전담 인력, 컨트롤 타워, 현장 준비 부족이 과제로 지적된 바 있다. 사각지대는 돈이 없을 때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지 못할 때도 생긴다.

기업재단, 협업 모델 만들어가야

중앙정부와 지자체, 시민사회단체는 이미 통합돌봄을 안착시키기 위한 움직임에 착수했다. 정부는 제도의 기본 틀과 절차를 마련하고, 지자체는 지역 안에서 대상자를 찾고 서비스를 연결하며, 시민사회는 제도 밖에 남기 쉬운 사람들의 목소리를 발견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이들만으로는 직종 간 신뢰 형성, 지역 자원 간 조정, 새로운 서비스 모델의 실험과 평가를 충분히 감당하기 어렵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업재단의 역할을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업재단은 공공정책보다 유연하고, 시장보다 공익적이며, 특정 이해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재단은 단기 후원자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지원 모델의 설계자이자 연결자가 될 수 있다.

기업재단의 성격과 역할에 부합하는 사례로 ‘지역 통합돌봄 협업 랩’을 제언한다. 병원, 약국, 재택 의료 기관, 방문 간호 기관, 재활 기관, 복지관, 돌봄 기관, 지자체, 대학 연구진이 함께 참여해 퇴원 이후 돌봄 공백이 큰 노인과 장애인 및 중증 질환자를 지원하는 시범 모델이다. 재단은 직접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기보다 조정과 실험의 기반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한다.

첫째, 환자의 의료·돌봄·복지 필요를 함께 평가하는 공통 서식을 개발한다. 둘째, 직종별 역할과 의뢰 기준을 정리해 불필요한 충돌을 줄인다. 셋째, 사례 회의와 연계를 담당할 전담 코디네이터를 지원한다. 넷째, 대학 연구진과 함께 재입원 감소, 가족 부담 완화, 삶의 질 개선, 서비스 이용의 연속성을 평가한다. 작은 지역에서 시작하더라도 그 결과가 축적되면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사회적 과제는 직종 간 협업 교육이다. 지금까지의 교육이 각 직종의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두었다면, 통합돌봄 시대에는 ‘내 역할은 어디까지이고, 언제 누구에게 연결해야 하는가’를 함께 배우는 훈련이 필요하다. 기업재단은 대학, 직능단체, 지자체와 함께 다양한 전문 인력이 같은 사례를 놓고 토론하는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이는 직역 간 권한 다툼을 없애는 선언이 아니라, 환자와 가족의 삶을 중심에 놓고 협업의 언어를 맞추는 과정이다.

의료 사각지대를 줄이는 일은 치료 이후의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의료, 돌봄, 복지, 재활, 일자리, 주거가 이어지게 만드는 일이다. 통합돌봄법의 시행은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제도가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려면 연결을 설계하고, 실험하고, 검증하는 주체가 필요하다. 건강한 사회란 아픈 사람이 없는 사회가 아니다. 아파도 버려지지 않고, 치료 이후에도 삶을 다시 세울 수 있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사회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의만이 아니라, 선의를 지속가능한 협력 시스템으로 바꾸는 일이다. 기업재단은 바로 그 전환을 촉진하는 중요한 주체가 될 수 있다.

최병호 교수

한국 보건·사회정책 분야를 대표하는 석학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으로 경력을 시작해 30여 년간 보건경제·보건정책 연구를 주도해왔다. 보건복지부 장관 자문관,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 위원장,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2007년 국민건강보험 30주년 기념 국민훈장을 수훈했으며, 대학에서 은퇴한 후 현재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에서 자유롭게 연구와 저술에 종사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정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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