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공간을 창조하는 건축가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공간을 창조하는
건축가

THE_SYSTEM LAB 김찬중 대표

THE_SYSTEM LAB

김찬중 대표


편집실

사진안호성
동그라미

현대어린이책미술관, 하나은행 플레이스원, 울릉도 코스모스 리조트,
탬버린즈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 울주군 옹기마을 등을 설계한
김찬중 건축가는 낯섦을 실현하는, 한국에서 가장 실험적인 건축가로 일컫는다.
그가 작업한 공간들은 국내는 물론, 국제적 저널에 자주 소개될 만큼 새로움을 표방한다.

 

경희대학교 건축대학원 설계 전공 초빙 교수로 재직하며,
THE_SYSTEM LAB 대표로 활동하는 그를 만났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 하나은행 플레이스원,

울릉도 코스모스 리조트,
탬버린즈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

울주군 옹기마을 등을 설계한
김찬중 건축가는 낯섦을 실현하는,

한국에서 가장 실험적인 건축가로 일컫는다.


그가 작업한 공간들은 국내는 물론,

국제적 저널에 자주 소개될 만큼

새로움을 표방한다.

 

경희대학교 건축대학원 설계

전공 초빙 교수로 재직하며,

THE_SYSTEM LAB 대표

활동하는 그를 만났다.

다른 문제에 하나의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

도전적인, 실험적인, 과감한, 예술적인, 창의적인. 그를 따라 다니는 이 같은 수식어에서 엿볼 수 있듯 그가 설계한 건물의 생김새는 제각각이다. 울릉도 코스모스 리조트는 소용돌이 모양이고, 한남동 오피스는 외벽이 올록볼록하며, 2023년에 완공한 삼진제약 연구센터는 하얀 너울이 넘실댄다. 그가 설계한 건물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독특하다”, “예술적이다”가 많지만, 김찬중 건축가는 공간의 정체성을 지키고 효용성을 높이기 위한 해결책을 찾아낸 것뿐이라 말한다.

“프로젝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으로 시작해요. 정해진 기한과 예산, 고객과 투자자의 니즈, 법적 부분까지 문제투성이지요. 건축설계로 그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제 색이 드러나는 설계 스타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번 다른 문제에 하나의 원칙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익숙한 데서 벗어나 늘 처음부터 새로 고민해야 해요.”

그래서 김찬중 소장은 프로젝트를 위한 연구와 분석에 공들이고,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여러 재료를 사용한다. 그는 실험적 소재를 과감하게 사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설계한 삼성 래미안 갤러리는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건축물이고, 하나은행 플레이스원과 울릉도 코스모스 리조트는 새로운 종류의 콘크리트인 UHPC(Ultra High Performance Concrete)로,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섬유 강화플라스틱으로 지었다. 그를 세상에 알린 한강 나들목 프로 젝트에도 보행자 통로에 폴리카보네이트라는 낯선 소재를 사용한 덕분에 촉박한 일정과 한정된 예산을 해결할 수 있었다. 건축설계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산업디자인에서 답을 찾은 것처럼 다른 분야를 넘나드는 유연한 시도야말로 ‘김찬중 스타일’이라 칭할 수 있겠다.

의외성에서 비롯된 세상에 없는 건축

그가 설계한 건축물은 호불호 없이 모두가 고개를 들어 올리게 만든다. 독특한 외관과 창의적 설계로 유명한 그이지만, 김찬중 건축가는 “건축주 입장에서 건물을 짓는 행위는 예술이 아닌 투자이기에 지나친 작가주의는 경계해야 한다”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답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김찬중 소장은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 매번 새로움을 보여주는 걸까?

“의외성에서 영감을 얻어요. 제가 호기심이 많아서인지 ‘저건왜 저렇게 생겼을까?’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건물을 선보이고 싶어요. 2017년부터 아이아이컴바인드와 작업하고 있습니다. 2023년 탬버린즈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를 세웠고, 아이아이컴바인드 사옥도 곧 완공됩니다. 3층 높이의 탬버린즈 매장은 콘크리트 뼈대만 남기고 텅 빈 건물로 벽과 창문이 없어요. 땅값 비싼 성수동에 지상은 비우고, 지하에만 매장이 있는 건물을 세울 거라 상상이나 했겠어요? 공간의 효용성이 저하됐다고 볼 수 있지만, 특이한 발상 덕분에 브랜드 가치는 상승 했습니다. 브랜드 측의 아이디어로 시작했는데, 재밌는 프로젝트였어요. 이 건물을 통해 사고가 전환되는 경험을 제공하고, 브랜드 색깔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조는 곧 완공될 아이아이컴바인드 사옥에도 유지된다고. 3단계로 나뉜 모습으로 건물을 설계했는데, 하층부는 동그란 띠가 둘러싼 것처럼 보이고, 중층부는 각목을 격자로 쌓아 올린 듯한 모습이며, 상층부는 전망대처럼 툭 튀어나와 있다고 한다. 이 또한 “기괴하지만, 아름다운 건물을 만들고 싶다”는 고객사의 니즈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건축주를 비롯해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모두가 원 팀이 되어 선례 없는 결과 물을 만들어낼 때, 김찬중 건축가가 활력을 느끼는 순간이다.

베스트보다 넥스트

김찬중 건축가는 최근 건축계 흐름을 보면 특별한 건물을 짓길 원하는 경우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유연한 건물을 원하는 경우로 나뉜다고 설명한다. 온라인으로 대부분의 생활을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오프라인에서 공간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개개인의 개성은 더 강해졌고, 트렌드에도 가속이 붙었다.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이다 보니 5년, 10년 뒤 건물의 역할이 바뀐다 하더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건물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많단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이 30주년이기도 하고, 다른 나라의 작품들을 둘러볼 겸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 방문했다가 어제 귀국했어요. 지속가능한 건축 인공지능 시대의 건축에 대해 수백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았지만, 누구도 ‘이게 맞다, 저게 맞다’를 얘기할 수 없는 혼돈의 시대라는 걸체감하고 왔습니다. 변화를 원하는 만큼 지속가능한 안정감에 대한 욕구도 큽니다. 요즘 제가 가장 많이 고민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김찬중 소장은 소외감 없이 만족시킬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답은 결국 건축이 아닌 사람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본질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 즉인문학적 관점이 건축의 미래를 풀어나가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 조언했다. 그는 사람에 대한 고민에서 파생해 시스템랩 자체적으로 TF팀을 꾸려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건축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건축은 현재를 중심으로 판단해서 결정하면 안 됩니다. 3년, 길게는 5년 뒤에 완공돼 작동하기 시작하므로 다음 현상을 예견해야 해요. 그래서 지속가능성에 대해 진짜 가능한 현상을 만들어서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세상에 증명해 보이고 싶어요.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베스트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넥스트다’예요. 다음 세대의 환경을 미리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는 소명 의식을 느낍니다.”

기술이 발전해도 결국에는 사람에게 선택받은 기술만 살아남는다. 공간 또한 사람에 대한 이해가 담겨 있어야 한다. 공간에는 사람을 바꾸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건축계에 늘 파격을 던진 김찬중 건축가. 그가 건축에 담아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사람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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