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기억과
사람의 활동을 품는 공공건축


최욱 건축가(원오원 아키텍츠 대표)

사진김인철 포토그래퍼

최욱 건축가(원오원 아키텍츠 대표)
 
 

사진안호성
동그라미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루 시자(Alvaro Siza)는 낯선 도시를 방문하면

건축물부터 보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땅과 사람을 먼저 보고 난 다음 문화를 살펴보라 하였죠.

 

건축은 꽃꽂이와 달라 풍경과 풍토에 적응한 사람들의 습성과 관계가 깊습니다.
그런데 요즘 서울을 보면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이 이식되고 있어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자주 나타납니다.

풍경을 완성하면 그 기원은 망각된다고 합니다.
땅과 문화, 역사가 반영된 풍경을 만들지 못하면 건축은 생명을 잃고 폐기되는 운명을 맞이합니다.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루 시자(Alvaro Siza)는 낯선 도시를 방문하면

건축물부터 보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땅과 사람을 먼저 보고 난 다음

문화를 살펴보라 하였죠.

건축은 꽃꽂이와 달라 풍경과 풍토에

적응한 사람들의 습성과 관계가 깊습니다.

그런데 요즘 서울을 보면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이 이식되고 있어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자주 나타납니다.

풍경을 완성하면 그 기원은

망각된다고 합니다.


땅과 문화, 역사가 반영된 풍경을

만들지 못하면 건축은 생명을 잃고

폐기되는 운명을 맞이합니다.

도시의 기억을 품는 공공건축

한국의 경제성장은 어느 나라보다도 빨라 도시를 만드는 법과 제도가 현실의 속도를 따르지 못했습니다. 이에 더해 정치 지형의 변화에 따라 도시 행정도 달라지면서 행정가는 장기적 안목의 도시문제보다는 이벤트성 개별 건축의 효과에 몰두했습니다. 그 결과 도시는 오랜 시간 축적해온 문화와 장소의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부실한 박람회 같은 건축 경연장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외국에 문호를 개방한 후 방문한 외국인들의 글을 보면 위생 문제를 제외하고는 서울의 우수한 자연환경과 독특한 경관, 청명한 공기, 그리고 깊은 역사를 반영한 건축과 토목 구조물의 우아함을 높이 평가합니다. 100여 년 전 일본인들조차 조선의 한양이 일본의 동경보다 기품 면에서 뛰어나다고 인정했으며, 도시적 관점에서 계획을 하면 훌륭한 근대도시가 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지금의 서울은 어떤가요?

앞으로 AI 기술의 발달은 도시와 건축을 더욱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공공건축은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지키고, 여러 세대의 의견을 반영한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건축은 기능의 합리성은 물론, 사회를 지탱하는 플랫폼이자 도시의 유형·무형 자산으로서 장소의 역사와 풍경을 만드는 미래 유산입니다. 건축물은 오랫동안 마을 풍경의 일부가 되어온 나무처럼 주변의 변화와 함께 성장하는 ‘기억을 간직한 사물’이어야 합니다.

사람의 활동으로 완성되는 공간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온드림 소사이어티는 명동성당 앞 YWCA 건물에 자리합니다. 특히 거리를 향해 돌출된 1층의 커뮤니티 공간은 그들의 철학을 바탕으로 쉼터이자 교류, 교육과 전시, 친교가 이뤄지는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이 공간의 풍경이 거리로 이어지고 오랜 시간 지속되어 그 장소의 문화로 자리 잡을 때 도시는 스스로의 장소성과 철학을 지니게 됩니다.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사유의 방’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보인 반가사유상 두 점을 동시에 전시하고 싶었던 관장님과 대면한 첫 자리에서, 저는 여러 세대가 함께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의 호응을 이끌어 우리 문화유산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1,500여 년의 세월을 견뎌왔고 지금의 모든 세대보다 오래 영속할 반가사유상이 머물 곳은 박제된 집이 아니라, 건축주인 반가사유상이 초대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미래 유산으로서 영속성을 확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유의 방이 만들어진 뒤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 방을 방문하는 사람들에 필적하는 관람객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지역의 풍경과 함께 성장하는 건축

저는 국내외에서 현대차 제네시스 차량을 전시하는 건축물도 설계했습니다. 자동차 쇼룸은 대개 고정된 매뉴얼에 따라 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형식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가장 최근 설계한 제네시스 청주는 도시의 맥락과 인근 건축물에 어울리는 형식을 찾고, 청주의 오랜 풍토적 성격을 반영하는 재료와 심미적 특성을 반영하고자 했습니다. 저층부에는 50여 미터에 이르는 목재 캐노피를 두어 장소의 특성을 만들고, 주변 풍경을 포용했습니다. 세 면이 개방된 쇼룸인 상층부의 유리 파사드는 이중구조로 설계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 동시에 전시된 자동차가 쇼윈도 속 상품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중의적 역할도 합니다. 주인공인 자동차가 보이는 방식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도시에 미칠 풍경 또한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건축은 한 그루 나무입니다. 자연과 벗하여 배경을 이루며 삶의 터전이 되기도 합니다. 아울러 건축은 사람들의 행동으로 완성되는 결과물입니다. 우리는 이를 풍경이라 부르죠. 공간이 살아 있을 때 공동체는 성장하고 장소는 생명력을 가집니다.

최욱 건축가

홍익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이탈리아 베네치아 대학교 건축대학에서 건축 학위를 받았다. 2000년 원오원 아키텍츠를 설립한 뒤 한국 건축의 터와 풍경, 재료와 사람의 관계를 꾸준히 탐구해왔다.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을 비롯해 한남플레이스와 제네시스 청주 등 다양한 건축·전시 공간을 설계했으며, 2014년 김종성건축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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